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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냉장고 제조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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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2-12-2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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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냉장고 제조기술

(사)NK지식인연대 대표 김흥광

제가 북한을 떠나온 2004년까지는 냉장고나 급동기라는 가전제품은 썼지만 김치냉장고는 남한에 와서 처음으로 쓰게 되었습니다. 저의 첫 월급이 당시 180만원 이었습니다. 그걸로 대형 냉장고가 118만원, 52인치 LCD 최신식 TV를 45만원에 샀던 기억이 납니다. 그 때 마트 가전제품 매장에는 여러 가지 형태가 있었는데 저는 그랬어요, 냉장고가 있으면 되지 뭘 김치냉장고를 따로 놓을 필요가 있어?, 그런데 살면서 보니 김치냉장고가 꼭 있어야 되겠더라구요.
여러분들도 아시지 않습니까? 우리 한민족은 김치를 먹지 않고는 안 되는 민족이고 그러다 보니 어떻게 하면 김치를 사철 시지 않고 금방 담그었을 때 그 맛대로 아삭하게 오래 보관해서 맛있게 먹을 수 있을까 하는 것이 주부들의 큰 바램입니다.
북한에 있을 때, 겨울김장배추를 담그어 도시이건 농촌이건 땅에 독을 묻고 봄 3월경까지 먹었는데, 남한에서는 김치냉장고가 있어서 겨울이건, 봄이건 여름이건 통배추로 담그는 김치를 언제나 신선하게 먹을 수 있어서 참 좋습니다.
사실 북한에도 전문 식당에서는 냉장고의 온도를 김치를 익히고 보관하는데 적정한 온도로 맞추고 김치를 보관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가정용냉장고에는 잡다한 식품들이 들어갑니다. 온도를 너무 낮추면 육류 같은 것을 보관하는 데는 좋겠지만 김치는 얼어버릴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김치의 맛은 저온숙성에 그 비결이 습니다. 김치냉장고가 각광을 받게 된 이유는 도시가 늘면서 땅집 (단독주택)이 아닌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이 늘자 독에다 김치를 보관하는 과거의 보관법을 사용할 수 없는 주부들이 차선책으로 많이들 선택했기 때문이다. 최초의 김치냉장고는 금성사(현 LG전자)가 1984년에 GR-063이라는 모델명으로 내놓았으며, '김치냉장고'라는 단어도 처음으로 사용했습니다. 본격적인 대중화는 1990년대 중반부터 이뤄졌는데, 1995년 12월 위니아딤채라는 회사가 딤채 CFR-052E를 시장에 내놓자 이게 대박을 쳤고. 당시 주부들이 가장 가지고 싶어 하는 제품 1위에 뽑힐 정도였습니다. 2022년 현재 남한에는 김치냉장고를 만드는 회사들이 여러개 있는데 그 중 시장 점유율른 위니아딤채와 삼성전자, LG전자가 각각 30%대를 나눠가지며 서로 1등을 겨룹니다.
그렇다면 김치냉장고는 일반 냉장고와는 다른 어떤 특유한 기술이 들어 있을까요?
가장 큰 특징은 정온 기능(동일한 온도를 유지시키는 기능)입니다. 일반냉장고는 온도 변화에 따라 냉각을 반복하기 때문에 냉장고 안의 온도차이가 큽니다. 김치냉장고는 이러한 단점을 보완해 온도변화를 최소화 해 안정적인 숙성이 가능하도록 만들어졌습니다. 일반적으로 김치냉장고는 온도편차를 0.5도 이내로 맞추는 것으로 목표로 한다. 삼성, LG의 김치냉장고는 온도편차가 0.3도 이내이며, 위니아딤채의 경우 온도편차가 0.1도 이내이다.
이 정온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서 들어가는 부품이 김치냉장고 가격 상승에 상당부분 영향을 끼친다. 우선 온도 유지를 위해 김치냉장고는 일반냉장고 대비 냉각기가 두 배 이상 장착된다. 또한 냉기 순환을 담당하는 냉기유로(냉기가 흘러가는 길) 설계도 일반 냉장고보다 훨씬 복잡하다. 일반냉장고와 유사한 문짝형 김치냉장고의 경우 문을 열 경우 냉기가 한꺼번에 흘러나오기 때문에 칸별 구분과 냉기 보존 용기 등의 설비도 추가된다. 냉각 외의 기능성 부품 역시 김치냉장고가 더 많다. 냉장고지만 숙성실에는 히터도 내장돼있다. 단기 숙성을 위한 것이다. 더불어 이 모든 장치는 소프트웨어에 의해서 자동제어됩니다.
김치냉장고라고 해서 꼭 김치만 보관하는 것은 아니고 과일, 채소, 고기, 음료수, 술, 물 등 김치가 아닌 다른 식재료를 보관하는 용도로도 쓰인다. 그 이유는 상술했듯 보통의 냉장고보다 온도가 낮기 때문인데 김치냉장고같이 더 낮은 온도에서 더 효율적으로 보관이 가능한 식품들도 있기 때문이다. 요즘 흔히 나오는 스탠드형은 칸마다 완전 독립냉각되는 경우도 있고, 온도 문제도 칸마다 설정이 별도로 가능한 터치패널이 달려 나와서 일부 칸의 김치냉장 기능을 끄고 일반 냉장/냉동고로 돌려쓸 수 있게 되어 보완할 수 있다. 한편 맥주나 고급 소주도 김치냉장고에 보관하는 게 좋다고 한다. 또한 고기를 숙성하는 데도 쓴다.
김치냉장고 참 좋지요? 북한에서는 아직도 겨울 김장을 담근 다음 땅에다 독을 파묻어 3월까지만 먹을 수 있을 겁니다. 북한에도 백두산냉동기공장이라고 하나 있는데 가정용 소형냉장고는 좀 생산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가정집들에 있는 냉장고의 대부분은 2000년대 초반까지 일본에서 파철로 들여 온 중고냉장고이고 최근에는 전부 중국산으로 대체되는 것 같습니다.
노동당에서는 핵과 미사일을 만들었으니 그 기술로 머지않아 과학강국을 건설하고 나아가 경제강국을 만든다고 큰 소리 칩니다. 하지만 그것은 인민들을 기만하는 소리입니다.
김치냉장고는 고사하고 가정용 냉장고 하나 제대로 만들자 해도 많은 과학기술이 들어야 하고 과학자들의 마음껏 열린 세상 속에서 자신들의 창조적 재능을 펼쳐야 과학과 기술도 빨리 발전하고 가정들에 설치될 수 있습니다. 지금처럼 핵과 미사일만 있으면 김씨왕조가 무너질 일이 없다고 여기면서 나라 안팎을 꽁꽁 닫아매고 자력갱생만을 웨쳐보아야 여러분들은 김치냉장고가 아니라 가지고 있는 냉장고도 전기가 없어 못 돌리는 삶을 세세 년년 살아야 합니다.
너무 안타까워 드리는 말씀이고요 하루빨리 여러분도 김치냉장고에서 사철 맛있는 김치를 마음 껏 드실 날을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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