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은 왜 당제8차대회에서 김여정을 내쳤을까? > 회원논문 | 엔케이지식인연대

김정은은 왜 당제8차대회에서 김여정을 내쳤을까?

  • profile_image
    관리
    • 0건
    • 219회
    • 23-01-31 21:31

  • 페이스북으로 공유
  • 트위터로  공유


김정은은 왜 당제8차대회에서 김여정을 내쳤을까?

(사)엔케이지식인연대 대표 김흥광


북한 노동당8차대회가 8일간의 최장기 회의 끝에 지난 12일 폐막되었다. 8번째 날엔 향후 5년간 노동당을 이끌고 나갈 노동당 주요 인사들을 공개하였다. 키포인트는 김정은의 호칭이 당위원장으로부터 총비서로 복원된 것이고, 김정은의 집사 조용원이 정치국 상무위원회와 정치국 위원으로 초고속 승진한 것이다. 다음으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것이 바로 김여정의 격하다. 이번 인사에 따르면 김여정은 정확한 부서나 직위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공식서열 20위로 아주 멀리 밀려났다.
김정은의 호칭 변경은 5년전 노동당 위원장이라는 타이틀을 써보았는데 아마도 총비서 보다는 격이 낮다고 느겼을 수도 있고 또 국제 노동당, 공산당들이 대부분 총비서제로 운영되고 있는 실정을 감안했을 수도 있지만 따지고 보면 별 게 아니다. 무슨 깹을 쓰는 가 하는 것은 김정은의 마음이다. 하지만 조용원의 초고속 승진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일이다. 대부분의 북한 전문가들은 이번에 조용원이 꿰찬 모든 자리를 실은 김여정이 차지할 것이라고 확신했었다. 하지만 반전이 일어났다. 오히려 김여정은 당 대회 주석단 2열에 착석했을 뿐 그의 역할은 전혀 없었다. 카메라도 그에게 포커스를 주지 않았다. 최룡해, 조용원을 비롯하여 대부분의 최측근들이 토론과 발언들을 하였으나 김여정은 꼼작 않고 자리를 지킨 것으로 보인다.
이를 두고 세간은 김여정이 김정은으로부터 소박을 당했다고도 하고, 혹은 김정은의 권위를 절대화하는데 있어서 김여정의 2인자 위상이 던지는 그늘을 차단하기 위해서라고 평가하고 있다. 도대체 북한 권력층 내부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김여정의 격하가 앞으로 북한내부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가? 세간의 논의는 분분하다.
상기 두 가지 질문에 답을 구하기 위해서는 우선 북한의 권력구조의 특성을 정확히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민주주의국가들의 정치풍토와 전혀 다른 북한만의 특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중요한 것은 첫째로, 혈통중심의 권력구조화, 둘째, 실세 비선라인, 셋째, 철저한 비밀엄수를 꼽을 수 있다. 백두혈통인 김정은과 김여정, 김정철은 직위여하에 관계없이 최고의 권력을 누리게 된다. 다만 김정은의 별도의 거부가 없는 한, 그 어떤 고위 간부들도 백두혈통 앞에서는 허리를 쪼아린다. 탈북자 출신 태영호국회의원이 저서 “3층서기실의 비밀‘에서 밝혔지만 백두혈통인 김정철은 어떠한 공직도 없지만 주영 북한 대사관의 전 직원이 영국을 비밀리에 방문한 김정철을 신처럼 받들어 대우하였다. 그리고 북한의 공식 언론에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비선라인이 확실하게 작동한다. 김일성 정권하에서는 김정은이 비선 실세로 실질적인 권력을 행사하였고, 김정은 정권에서는 김경희와 장성택과이 비선 실세였으며, 김정은 정권에서는 김여정이 확실한 비선 실세이다. 한편 북한 권력의 내부적인 실상들에 대하여 국제사회는 북한의 공식언론을 통해서는 전혀 알 수 없다. 오로지 첩보나 고위탈북자들의 전언을 통해서 갈파할 수 있을 뿐이다.
이러한 시각에서 노동당 8차대회를 통해 북한이 외부에 각인시킨 김여정의 격하는 외부적 시각에서는 굉장히 충격적이라고 볼 수는 있어도 내부적으로는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고 본다. 다시 말해서 북한은 비선 실세인 김여정의 존재와 힘, 영향을 외부세계에 드러내지 않는 것이 여러모로 필요하였기 때문에 의도된 김여정 격하 쑈를 벌이었다고 본다. 그 이유는 앞에서도 언급하였지만 김정은 권력이 절대적임을 내’외에 각인시키기 위하여 서이다. 다시 말하여 북한에는 김정은 외에는 어떠한 2인자도 존재하지 않는 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해서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김여정이 이번 당대회에서 2인자 내지는 김정은과 권력을 공유할 것이라는 외부세계의 분석과 예견을 한 방에 날려보내기 위해서이다. 국제사회의 대부분의 시각은 백두혈통이랍시고 오누이가 북한의 권력을 송두리째 장악하고 철두철미 독재통지를 연명해 나가는 것에 대하여 조소하고 비난하고 있으며 북한주민들의 시선도 날이 갈수록 곱지 않다. 그러니 이번 기회에 당대회라는 공식적인 공보 기회를 활용하여 마치 김여정이 권력의 뒤편으로 밀려난 것처럼 보이는 것은 다조일석의 효과가 볼 수 있다고 북한지도부는 궤책했을 것이다.
당대회가 끝나면 모든 것은 예전과 같이, 비선실세의 지휘에 따라 움직일 것이다. 즉 지금까지 해 왔던 것처럼 김여정은 한국의 청와대와 같은 김정은 3층서기실을 사실상 지휘할 것이다. 3층서기실에는 북한의 모든 부분에서 김정은에게로 올려 보내는 보고나 제의서가 취합되어 김정은의 재가를 얻으며, 김정은의 지시나, 재가된 제의서들을 아래에 내려 보낸다. 북한은 제의서를 통해 정치가 실현되는 제의서통치체계라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김정은이 직접 북한의 여러 현지를 시찰하고 임기웅변한 통지를 행하기도 하지만 어디까지나 3층 서기실을 통한 제의서통치에 의존하고 있다.
예전에는 김창선부부장이 이 업무를 하였지만 지금은 김여정이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김여정이 1부부장에서 부부장으로 강등되었다고는 하지만 실질적으로 그의 손에는 전국의 모든 부분과 특수기관들의 상황이 장악되고 그가 선별한 제의서들만이 김정은에게 재가를 얻게 되고 그의 판단에 따라 재가된 김정은의 제의서가 시달된다. 결국은 비선 실세는 김여정인 셈이다. 한 때, 김창선이 3층서기실을 맡았지만 그렇다고 그를 비선 실세라고는 하지 않았다. 그는 백두혈통이 아니다. 따라서 그는 고급 관료일 뿐이다. 하지만 김여정은 다르다. 백두혈통인 그는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지어 김정은 앞에서도 자기 소신을 과감히 밝히고 자기 주견대로 제의서 통치의 흐름을 잡고 기맥을 관리한다. 당 제8차대회가 끝나자 마자 김여정은 남한 정치권을 특등머저리라고 비난하는 대남강경발언을 거리낌 없이 쏟아냈다. 모양새를 보니 김여정은 대미, 대남 관계도 총괄하는 것 같다. 김정은 정권에 들어서서 북한은 고위간부들의 필명을 밝혀 미국을 포함한 국제간의 문제들에 대하여 공식적인 입장이나 담화를 발표하군 하는데 이런 정치행위를 그 누구도 자의적으로 할 수 없으며 전적으로 3층서기실이 계략을 내고 관련 기관이 초안을 만들어 김정은의 재가를 받아야만 할 수 있다. 누구의 이름으로 발표할 것인가는 본인도 모르고 오로지 김정은과 그를 보좌하는 3층서기실의 판단이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미국과의 핵협상, 남한의 길들이기 국면에 있는 지금에는 김여정이 권력의 뒤켠에 서있는 것처럼 각색하고 있지만 필요할 때는 반드시 김여정이 전면에 나설 것이다. 바로 그 자리는 조용원의 자리이다. 이번에 당정치국 상무위원, 정치국 위언, 당비서국 비서 등 조용원을 허수아비로 세워놓은 그 자리를 김여정이 차지할 날은 그리 멀지 않을 것이다. 그 시기는 아마도 금년 중일 것이고 그 결심은 전적으로 김여정이 작심에 달려있다. 따라서 이번 8차당대회는 미국의 새로운 대통령 취임 전에 강력한 대미메세지를 만들어 내고 년초부터 남한을 단단히 틀어쥐고 난국을 돌파하려는 김정은독재집단의 정치적 술수에 지나지 않는다. 새로운 정치적 변화도, 확실한 경제정책도 없이 ”자력갱생‘,’위민위천“,”간고분투“라는 낡은 곡조만을 외친 당제8차대회야 말로 북한의 종말을 알리는 서곡이 될 것이다.

댓글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댓글
자동등록방지 숫자를 순서대로 입력하세요.
이름
비번
Copyright 2023. All Rights Reserved by (사) NK지식인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