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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책선을 넘어 귀향한 탈북자가 불러온 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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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3-01-30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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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책선을 넘어 귀향한 탈북자가 불러온 파장



 이달 1일, 1년 전 Dmz 철책선을 넘어 남한으로 온 탈북 청년이 같은 루트로 다시 북한으로 돌아갔다. 사건이 발생하여 열흘 정도 지나면서 재입북한 청년의 지인들의 증언을 통해 그의 남한에서의 생활상이 자세히 전해지고 있다. 김우정, 1993년생, 올해 29살, 서울시 노원구 염구임대주택에서 거주. 탈북한 이후  귀순동기 조사와 사회정책교육을 6개월 받고 나서 작년 7월에 사회 배출, 이것이 재입북 탈북청년의 신상자료이다. 

  한국사회에서 불과 5개월도 못 살아보고 지옥 같은 북한으로 다시 돌아간 사실 이 알려지면서 한국의 탈북민사회는 전례 없는 당혹감에 휩쌓여 있으며 그의 재입북동기나 이유를 놓고 뜨거운 논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가장 핵심적인 논쟁 이슈로는 당연히 북한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이유가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남한 언론이 전한 이류는 두 가지다. 하나는 사회 부적응설이고 다른 하나는 간첩설이다. 그런데 그의 언행을 보면 간첩은 아닌 것 같다. 간첩이라면 DMZ를 공개적으로 돌파해서 언론에 떠들썩거리면서 잠입할 필요가 없고, 강도 높은 조사를 통과했기 때문에 하나원으로 이관되어 정착교육을 받고 사회로 나올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는 돌아가기 이틀 전인 12월 29일까지 신변 담당경찰관과 통화도 하고, 재입북 전 날에는 침대와 매트릭스까지 밖으로 내놓고 출발했다고 한다. 간첩이라면 은밀성이 생명인데 이렇게 이상한 짓거리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분명한 동기는 부적응이다. 20대의 젊은 청년이 마지막 희망을 안고 목숨을 걸고 군사분계선까지 넘어 남한에 내려왔지만 정작 정착해서 살려고 하니 도저히 극복하기 어려운 벽에 부닥친 것이고 결국에는 그 고통의 벽을 넘지 못해서 포기하고 돌아간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한국의 언론들은 그 청년이 통감했을 사회 적응의 어려움을 고용시장에서의 소외감과 차별적인 대우, 사회적인 경시와 홀대를 꼽고 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탈북민사회는 김정우의 재입북한 사건과 관련하여 동정론이 우세하게 거론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남한은 북한과는 판이하게 다른 사회이기 때문에 남한에 뿌리를 내리고 몸과 마음을 정착하는 게 결코 쉽지 않기 때문에 예상치 못한 역 일탈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남한에서도 부산사람이 서울에 올라와 산다면 새로 정착을 해야 하고, 또 대전사람이 대구에 이사를 가면 또 대구의 환경에 적응을 해야 한다. 시람은 고도의 적응능력을 가지고 있어서 새로운 정착지에 물리적으로 적응하는 것은 노력하면 해결 할 가 있지만, 외부인이면서도 탈북자라는 이유로 주변으로부터 받는 냉대와 경시는 고도의 신경과민을 가져오고 정착의 자신감마저 잃게 한다. 그러니 대구, 부산사람이 서울에 정착하는 것과 탈북자들이 남한에 정착하는 것은 같은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대부분의 탈북자들이 경험한 것이지만, 이 청년도 한국의 자유와 풍요로움에 대한 높은 기대를 가지고 탈북하였을 것이다. 남한이 자유롭기 때문에 사회에 정착한 첫 날부터 여권이 발급되고 돈만 있으면 세계 어디든 여행 갈 수 있는 자유, 주거의 자유, 표현의 자유와 인권을 누릴 수 있었다. 그리고 남한이 풍요로운 경제부국이다 보니, 서울에 임대주택을 잡고, 배불리 먹고, 따뜻한 온돌에서 사람다운 생활을 영위할 수 있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한국에 온 성취감과 행복감은 잠시 일뿐, 모든 탈북자들이 강력한 트라우마와 정신적 모호성, 우울증에 부탁치게 된다. 한국에 올 때 가졌던 큰 기대가 깨어지고 고된 노동과 나날이 커가는 외로움과 고향의 부모님들에 대한 걱정, 죄책감등은 젊은 청년들일수록 극도의 심리적 불안에 빠지게 하는 것이 또한 현실이다. 이런 때 청년에게 위안을 주고 힘을 주고 도전정신을 가지게 해주는 것이 가족이고 친구이지만, 군사분계선을 넘어 독자적으로 탈북하다보니 술 한 잔 나눌 친구나 마음 속 고민을 털어놓을 지인도 없었을 것이다. 중국과 태국을 거쳐 한국에 온 탈북자들은 그나마 수만리 탈북길을 동행하는 동안 서로 친구가 되고 의지가 된다. 결국 여느 탈북자들과도 달리 매우 고립 무원한 상태에서 생활했을 수 있는 김우정에게는 앞으로도 쭉 사는 동안 내내  웃음도, 즐거움도, 희망도 없을 것 같은 극도의 우울증을에 걸렸을 가능성이 높다. 성격과 기질에 따라 천차만별의 정착부정증이 있지만 탈북 청년들에게는 외로움과 주변의 냉대는 쉽게 공황장애를 일으키게 하는 주효한 원인이다. 

 탈북민사회는 이번 김정우의 DMZ 재입북을 경험하면서 남한사회가 탈북민들에 대한 정서적 냉대와 괄시를 거두지 않으면 더 많은 역탈북자들이 생겨날 것이라고 크게 우려 하고 있다. 

2005년 탈북 후 한국에서 같은 탈북 여성과 가정을 꾸린 안 씨는 “아이 친구들이 ‘너희 아빠 저쪽에서 온 사람이다’, ‘나라 배신하고 온 도망자다’라고 했다는 얘길 들으면 큰 상처가 된다”며 “한국에 와서 가정을 꾸려 살고 있지만 월북한 분의 심정을 이해할 것 같다”고 했다. 북한인권정보센터가 지난해 조사한 바에 따르면 ‘북한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해봤다’고 답한 탈북민은 전체의 18.5%로 2020년(14.8%)보다 3.7%포인트 늘었다.
 
탈북민 중엔 특히 최근 차별적 시선이 강해졌다고 느끼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한 탈북자단체장은 “(핵무기나 미사일 발사 등) 북한의 도발이 있을 때면 차별 발언이 심해지는 걸 느낀다”며 “탈북민들은 북한 정권의 피해자인 만큼 정권과 분리해서 봐 달라”고 당부했다. 지난해 북한인권정보센터 조사에선 응답자의 20.9%가 “지난 1년간 탈북민이라는 이유로 차별받았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탈북민들이 사생결단 끝에 찾아온 남한에서 소외감과 외로움을 느끼지 않고 정신적으로도 건강하게 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물론 있다. 그것은 미국의 100년에 걸치는 난민정착의 정책과 제도를 벤치마킹하는 것이라고 본다. 현존 미국의 난민정책과 제도의 핵심은 정부는 난민 정착을 위한 예산과 지침을 조달할 뿐 난민정착의 모든 프로세스와 시행은 난민 커뮤니티에 전적으로 맡기는 것이다. 먼저 온 난민들이 후에 찾아오는 난민들의 주거정착과 일자리 안내, 지역사회에로의 편입, 그리고 심리적 안정과 정신적 의지기재들을 제공하고 서로의 민족적인 공통성과 혈연의 관계에 기초하여 어려운 초기정착과정을 이겨내고 다음 단계의 안정된 정착생활을 일구어내도록 실질적인 도움을 준다. 

 하지만 남한에서는 탈북민정착지원과 관련된 최상위 기관으로부터 말단의 기관들까지 탈북민들은 배제되고 남한사람들이 독차지 하여 탈북자들을 교육하고 상담하고 대상한다. 솔직하게 말하면 탈북민정착지원이라고 쓰고 남한사람들의 철밥통만 잔뜩 늘인 것이 바로 남한의 탈북민정착지원제도이다. 

이런 식이면 탈북자들의 안정척인 조치정착은 물론이요. 탈북자들이 진정으로 남한사회와 동화되고 사회화되기는커녕 일탈자가 급증할 것이다. 남한을 떠나 유럽과 미국, 등 제3국으로 재 탈남하는 탈북자들이 무려 3천명을 넘는다는 사실은 국제사회가 남한의 탈북민 정착제도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고 올바로 시행하도록 여론을 형성하고 영향력을 행사해야 할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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