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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②] 김흥광 “김정은 시대 북한, 사상 보단 과학 기술 우선시...태블릿 PC 등 기술개발 박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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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7-05-20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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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흥광 NK지식인연대 대표

“김정은, 기술자들이 연구 통해 어떤 성과를 내면 그 이윤의 30%까지 보답...과학자, 기술자들에게 동기부여”


[일요경제=김민선 기자] 북한이 최근에서야 사상과 총대가 밥 먹여 준다는 맹신을 거두게 된 건 아이러니하게도 핵무기 개발을 최대 과제로 한 ‘과학 기술 중시’ 구호가 새롭게 떠오르면서부터다. 그런 북한에도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이 일고 있다.
지난 3월 문형남 숙명여대 교수(정책산업대학원 IT융합비즈니스전공)와 곽인옥 박사(서울연구원 평양특별연구위원)와 함께 저술한 ‘4차 산업혁명과 북한’을 출간한 김흥광 NK지식인연대 대표는 북한에서도 4차 산업혁명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에 따르면 북한은 과학자, 기술자들이 성과를 내면 정치적 평가를 배제한 채 이익의 30%까지 돌려주는 시혜를 베풀고 있으며, 주택도 제공하고 있다.

이 같은 파격적인 지원에 힘입어 김정은의 과학 기술 장려 정책은 가시적인 성과도 나타나고 있으며, 김정은 시대에만 6종의 태블릿 PC가 생산돼 보급된 것은 물론 빅데이터를 다루는 평양 데이터 센터도 만들어 졌다.

김 대표는 “‘북한이 그런 기술을 가졌겠어?’ 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남한 사람들이 북한의 기계화 수준 잘 모르고 하는 말이다”며 북한이 만든 기계를 접할 기회가 없어 남한의 기계와 직접 비교해보지 못했을 뿐 북한의 기계 수준이 남한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다음은 김흥광 대표와의 일문일답.>

- 남북한 ICT 전문가들이 모여서 북한의 4차 산업혁명을 소재로 한 책을 공동집필했는데, 서로 의견 차이나 자료 수집 등에서 어려움은 없었나.

▲ 의견이 같을 순 없다. 왜냐면 북한이 정말 4차 산업이라고 하는 걸 공식적으로 얘기를 하느냐부터 해서 의견이 분분하다. 북한이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는 아직 안 쓴다. 대신 ‘지식 경제 산업’이라는 말을 강조하고 있다. ‘IT기술, 인공지능, 지식이 융합된 산업으로 바꿔나가겠다’, ‘모든 걸 일신하겠다’라며 CNC화라고 하는 자기들만의 용어로 특정해 놨다.

CNC화는 사회, 경제, 문화, 사람까지도 새로운 현대적인 의식, 기술, 수단으로 바꾼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회적으론 물질적 부의 생활을 극대화시키고 사람도 그만큼 새로운 사회제도를 살아갈 수 있도록 정신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하는 등 포괄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공동 저자인 문형남 교수, 곽인옥 박사님과 북한의 산업, 공업의 발전을 남한의 4차 산업혁명과 등치시킬 수 있겠느냐는 논의가 있었다. 우리는 북한과 남한이 걸어온 경제발전, 과학 기술 발전의 스텝이 같다는 점에서 합의를 봤다. 특별히 남한만의 어떤 발전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제일 처음에 다들 농업국가로부터 시작해서 제조업 기술이 발전하고, 그다음  IT 기술이 발전하는 과정을 거쳤다.

결국은 (남북 모두 기술 발전의 목표가) 노동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자는 거 아니겠나. 그런 의미에서는 북한은 CNC화, 남한은 4차 산업 혁명을 얘기하는 거다. 여기서 문형남 교수, 곽인옥 박사와 공감대를 봤다. 그러면서 우리식으로 북한의 CNC화라고 하는 지식 산업 시대를 4차 산업혁명으로 명명하자고 했다.

무수단 미사일을 예로 들면 되겠다. 북한도 무수단 미사일이라고 부를까? 안 부른다. 북한은 화성 10호라고 부른다. 화성 1,2,3,4… 해서 10호다. 밖에서 봤을 땐 무수단에서 쐈으니까 편리하게 무수단, 대포동 미사일은 대포동에서 쐈으니까 대포동 미사일이라고 불렀던 것이다. 우리도 그래서 4차 산업혁명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한편으론 자료 수집에서 참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 그래도 제가 북한에서 19년 동안 몸담아 가르치고 연구하던 부분이기도 하고, 탈북민들 가운데 저랑 같은 IT분야에 종사했던 분들도 있어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자료 수집이 가능했다. '휴대폰은 언제 개통됐나? 그 휴대폰은 우리랑 같을까? 북한이 자체적으로 생산할까? 통신장비는 어떨까? 망의 질은 얼마나 될까?' 생각하고, 북한의 정책들도 계속 관심을 가지고 있다.

탈북인 단체인 NK지식인연대 소속의 북에서 오랫동안 전문 직종에서 일하던 사람들을 통해서도 자료를 입수할 수 있었다. 이들의 북한 현지 지인들과도 연결될 수 있었으며 특히 중국 국경선에서 잦은 접촉이 있었다.

또 이 CNC화라고 하는 것은 기계 기술과 IT기술만이 만난 게 아니라 여타 기술의 융·복합체다.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의 인터뷰를 통해서 자료를 얻고, 북한이 공식적으로 국제 기계 박람회에 기계를 출품하면서 공고한 자료들도 수집했다. (자료수집이) 어렵지만은 일말의 고찰의 마감하기에는 크게 부족함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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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월간지 와이어드(wired)지 2015년 3월호에 실린 김흥광 대표가 북한 관련 정보가 담긴 암호화된 USB를 들고 있다.(오른쪽) 김 대표 측은 이 USB를 중국 국경선에서 접선한 정보통들과 주고 받았다.

-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에 핵심인 CNC는 어떤 기술인지 쉽게 설명하면.

▲ CNC는 쉽게 말해서 공작 기계다. 기계 부속품 깎는 기계인 공작 기계에다 컴퓨터를 붙여 사람의 개입이 없이 정밀 가공할 수 있도록 했다. CNC는 Computerized Numerical Control의 첫 글자를 따서 만든 기계기술용어로 컴퓨터수치제어라고도 부른다.

사람이라면 도면을 보면서 ‘몇 cm 깎아야 하나’ 하면서 깎아 나간다. 하지만 CNC 기계는 구멍 뚫을 때는 구멍 뚫는 도구를 쓰고, 수평으로 깎을 땐 바이트라는 도구도 쓰고 하면서 자동으로 공구도 바꿔가며 작동한다. 이런 기계만 있으면 사람 능력으로 깎을 수 없는 매우 정밀하고 빠르게 기계 부품을 깎을 수 있다. 한 개 깎는 방법만 알면 똑같은 걸 복제해내기도 한다.

미사일, 핵 실험 설비들, SLBM(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 등은 진입 각도, 경로 등을 정확히 맞춰야 하므로 대강대강 만들어서는 안 된다. 아주 초정밀로 깎아야 한다. 처음엔 북한이 핵실험 장치와 미사일을 만들기 위해 다른 나라로부터 그것을 가공할 수 있는 기계를 사려고 했다. 그러나 어디에서도 안줬다. 전략 통제 물자기 때문에 북한은 돈이 있어도 못 산다. 그래서 자체적으로 만들 수밖에 없었다.

그 시작은 1995년도부터다. 공작 기계는 이미 북한이 잘 만들었다. 1960~1970년대 2만대 가량의 공작 기계를 만들어 잘 팔아먹었다. 여기에 얼마간 발전돼 있는 북한 자기들의 IT 기술을 첨가했다. 공작 기계에다 컴퓨터 붙이고 각종 전자 요소들을 붙이면 그게 CNC다.

김정일이 ‘CNC 없으면 만들어라’ 지시를 내려서 1993년부터 만들어 봤는데, 2년 만인 1995년에 그걸 또 만들었다. 아주 단순한 것이지만은 돈이 있어도 못 사오는 기계를 만들었으니 ‘아 이거 하면 되겠다’ 하고 힘이 생겼던 거다. 제일 처음엔 4축 CNC를 만들었다. X-Y 축으로 깎고 구멍을 뚫은 후 옆에 매를 골라 4축 CNC를 만들었다.

이후 김정일이 ‘더 발전된 걸 만들어라’ 그러니까 쭉쭉 거의 한 2010년까지 5년 동안 북한은 아주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다. CNC 선진국이 만들어내는 수준의 기계들을 개발해냈다. 자체 개발한 CNC를 평양, 단둥에서 열리는 국제 상품 전람회를 통해 해외 바이어에게 엄청 많이 팔기도 했다.

여기 큰 특징이 있다. 지금 전 세계적으로 CNC를 완벽하게 자기 기술로만 만드는 나라는 제가 알기로 10개 나라도 안 된다. 기계 부분이 있고 조종부라고 하는 컴퓨터 부분이 있는데, 그 조종부가 핵심이다. 기계가 핵심이 아니라 컴퓨터와 각종 센서, 수행요소가 붙어있는 제어부가 핵심이다. 근데 그 10개 나라 중 조종부를 만들 수 있는 나라는 일본의 마작이나 독일의 지멘스 등 몇 개 나라가 안 된다. 다른 나라들은 일본, 독일 등에서 만든 CNC 조종부를 사다가 그 다음에 나머지는 기계부를 만들어서 파는 식이다.

근데 북의 녀석들은 조종부를 좋든 나쁘든, 둔탁하게 만들든 예쁘게 만들든 만들었다. 사올 데가 없으니까. 결국 자기들이 독보적인 기술을 가졌다고 자랑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저희가 북한의 CNC를 한 대 사다가 ‘정말 어떤 것이냐’ 하고 자세히 다 봤으면 좀 더 구체적인 이야기를 하겠는데, 아직 대한민국에는 북한 CNC가 한 대도 안 들어와서 볼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 ‘북한이 그런 기술을 가졌겠어?’ 하고 매도하다 보니까 그런 걸(북한의 기계화 수준) 잘 몰랐겠다. 안타까운 부분이다.

- 남한의 CNC 기술을 평가한다면.

▲ 남한에서 CNC를 가장 잘 만드는 데는 두산인프라코어다. 이들이 만들어 놓은 CNC 기계는 북한하고 대비할 수 없을 정도로 아주 품질이 좋고 자동화 수준도 높다. 이들은 북한이 못 만드는 걸 만들기도 하고 서로 잘하는 게 다르다. 북한에서는 구멍 뚫는 볼링, 평삭판 가공반, 선반 등 종류별로 다 한다. 두산인프라코어가 하는 건 그거보다 더 잘하는 것도 있고, 북한이 만들어봤자 필요 없으니까 안 만드는 것도 있다.

분명한 건 남한에선 두산인프라코어가 핵심부만 사다가 (CNC를) 잘 만들고 있고, 북한은 컴퓨터 조종부를 허름하지만 국산화 했다는 점이다. 두산인프라코어가 (조종부를) 못 만들어서 라고는 생각 안 한다. 그걸 만드는데 드는 비용, 과정, 호환성 이런 것들을 생각했을 때 안 만드는 것이다.

- 김정일이 과학기술분야에 관심이 많았던 것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그 당시와 김정은 시대 북한의 과학기술은 어느 정도 변화됐나.

▲ 김정은 시대에 들어와서는 ‘과학 중시’라는 걸 더 강화하고 있다. 북한에는 ‘총대 중시’, ‘사상 중시’, ‘과학 기술 중시’의 3개 중시가 있는데, 이 총대 중시도 총대 중시지만 모든 것에서 과학 기술 중시를 가장 우선으로 여긴다. 왜냐하면 경제 바탕도 없고 총만 가지고 밥 먹일 수 있을까? 사상 가지고도 못 먹인다. 김정은은 과학에 의거할 수밖에 없다. 나라의 국방력을 강화하고 국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무에서 유를 만들어 내야 하는데 그건 과학자밖에 못한다.

김정은은 집권해서 5년 동안 과학자들한테 많은 시혜를 베풀었다. 아파트 대단지를 그들에게 줬는데 위성 과학자 거리(아파트 단지), 문화 과학자 거리, 미래 과학자 거리, 김일성 종합 대학 교수 아파트 등 전부 다 과학자, 기술자, 지식인들을 위해 건설했다. 그만큼 지도자가 관심이 있다는 이야기다. 또한 과학자, 기술자들한테 정치적 평가가 아니라 연구를 통해 어떤 성과를 내고 물질적인 이윤을 내면 그 이윤의 30%까지도 가져가라고 했다. 과학자, 기술자들이 동기부여가 된 거다.

김정은 시대 들어와서 확실하게 선을 그은 게 뭐냐면 ‘지식 산업 시대’라는 새로운 용어로 명명했다는 점이다, 남한이 말하는 4차 산업 시대다. CNC에 기초해서 경제 전반을 지식을 융합시키는 것, 그게 북한에선 4차 산업이다. 전 오히려 김정일 때보다 좀 더 정리되고 분명해진 정책적 목표를 가지고 나름의 북한식 4차 산업혁명을 진행하고 있다고 본다.

- 특혜가 많아지고 정책이 뚜렷해지고 있는데, 과학기술의 발전이 성과로써 나타나고 있나.

▲ 제가 보기에는 나타나고 있다. 앞에서(김흥광 대표 본지 인터뷰 1편 참조) 보았던 2개의 무인공장도 있겠지만 전반적으로 북한이 집적하고 있는 노동신문이나 기타 내부 동향을 알 수 있는 정보지들을 보면 알 수 있다. 휴대폰도 많이 늘어났고 태블릿 PC도 많이 생산하고 있다. 무려 6개의 태블릿 PC 기종을 김정은 시대에 만들어 보급하고 있다. 김정일 시대에는 한 개밖에 없었다.

과학자, 기술자들 해외로 많이 내보내 가서 배우고 오도록 하고 있다. 평양 과학기술대학을 통해 해외의 특별한 기술도 받아들이려 하고 있다. 평양 데이터 센터라든지, 각종 공장들이 현대화되고 있는 수준들을 보면 큼직큼직하게 가시적 성과를 얻고 있다.

- 북한은 핵과 미사일 분야에서는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두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기술이 북한 내 일반 산업 분야에도 적용이 되고 있나.

▲ 남한의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하에서는 군수 국방 기술을 민간에 이전하는 걸 스필오버(spill over)라고 하는데 북한에서의 스필오버도 굉장히 진행 중에 있다고 봐야 한다. 처음엔 CNC라고 하는 건 철저히 민간에는 도입 안했고, 국방에서 미사일이나 핵실험 장비를 만들기 위해서 울바자를 치고 비밀리에 만들었다. 잘 되니까 그걸 갖다가 일반 공장들에도 많이 도입 했다. 제품을 정확히 빨리 깎아서 노동력을 절약할 수 있게 됐다. 2013년까지 민수에 1만대의 CNC를 만들어 쫙 보급했다.

그리고 한편으론 인공지능과 네트워크를 통해 중앙화 되었다. 무인화 공정도 원래 군에서 이용되던 건데 이제 김책 제철소, 황해 제철소, 청진에 있는 최대 철강 공장에도 보급되어 철판을 만드는 공정도 전부 다 로봇화 됐다. 북한 매체 관영 매체, 신문 등에서 많은 공장들이 로봇화, 지능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보도되고 있다. 이게 원래 다 군수 쪽에 있는 기술들이었다. <4차+>

<3편에서 계속>

김민선 기자  jane@ilyo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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